아이들의 거짓말을 정말 간파할 수 있나요? (캉 리)

Can you really tell if a kid is lying? (Kang Lee) 

 

거짓말해본 적 있으시죠? 거짓말 안 하고 사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을 겁니다. 선의의 거짓말을 포함해서요. 우리는 이렇게 거짓말을 자주 하면서도 거짓말은 대체로 나쁜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요. 그런데 이번 TED의 강연자 캉 리는 거짓말이 인간 발달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거짓말은 인간의 복합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발달의 지표

 

캉 리의 강연에 따르면 거짓말은 여러 가지 고차원적인 능력들을 복합적인 활용한 결과라고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 상대와 나의 지식의 차이를 간파하는 능력, 신체를 통제하는 능력 등등, 이러한 능력들은 인간이 무언가를 학습하고 사회를 살아가는데 아주 핵심적인 것들이지요. 그래서 사고가 발달한 아이들일수록 더 빠른 시기에, 보다 정교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아이가 일찍부터 거짓말을 하면, 혼내기보다는 축하해야 하고, 거짓말을 못하면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D (하하하).

 

 

유명한 TED 강연은 대부분 한국어 자막 지원이 됩니다. 자막설정을 누르시길. 

 

부모조차 쉽게 간파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거짓말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거짓말을 잘 못하는 축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거짓말을 해서 들켜도 괜찮은 거짓말과 들키면 안 되는 거짓말을 할 때의 표현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는 것뿐이죠. 참 희한한 게, 들켜도 괜찮아서 어설프게 반응할 때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들켰을 때는 얼굴이 빨개지고 핫핫하게 더워지는데요, 안 들키려고 작정하고 의도적인 거짓말을 할 때는 얼굴색이나 온도에 변화도 없어지더라고요. 저는 이것이 제가 성인이기에 신체와 감정의 통제가 잘 이루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요...

 

캉 리의 연구에 따르면거짓말을 잘하는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나 봐요. 대학생사회복지사아동 무슨 변호사경찰심지어는 부모들까지도 아이들의 거짓말을 50프로 정도밖에 간파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표정말투까지 필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 그들의 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 말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까? 

 

거짓말을 할 때 실제로 아이들의 얼굴은 중립적인 표정을 하고 있고 복합적인 표정들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맨눈으로는 포착하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아이도 이러할진대, 성인이라면 말 다했죠. 그런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거짓말을 잡아내야 할 경우가 많이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항상 속고만 사는 것도 아니고, 많은 경우 속아주기도 하지요. 

 

제가 이전에 리뷰했던 파멜라 메이어의 TED 강연에서는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징후들, 악의적인 거짓말과 거짓 정보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만 (파멜라 메이어의 TED 강연 & 리뷰 보기), 주변의 모두가 악질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며, 소소한 일상적 거짓말의 결과가 항상 피해를 부르는 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인간은 거짓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아는 우리는 적당한 선에서 속이고 속아주며 잘 살아오고 있지요. 

 

그렇다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이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가 그런 기술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캉 리의 말에 따르면 표정의 이면에 나타나는 근육과 혈류의 미세한 변화 감지해서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거짓말은 물론이고, 화자의 기분과 건강 상태, 스트레스 등등 여러 가지 신체적, 감정적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들의 거짓말로 시작해서 이 강연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던 셈이죠. 살짝 괘씸하지만...

 

 

 

우리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진화하지 않을까?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는 이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제 생각보다 많은 예시가 나왔습니다. 저는 단순히 범죄 수사의 거짓말 탐지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기술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는 정치인들의 담화, 비즈니스, 마케팅, 그리고 일상 대화에서마저 진실성과 그 사람의 상태, 선호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을 걸러내고, 고객의 선호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것 같으면서도 솔직히 한편으로는 조금 꺼림칙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나의 인터넷 검색어와 GPS 기록들이, 기업들에게 줄줄이 전달되고 있는 마당에, 길거리 여기저기 달린 카메라들이 멋대로 나의 실시간 감정 상태와 대화의 진정성까지 팔아대기 시작하면 굉장히 불쾌할 것 같습니다. 카메라 대응용 마스크가 나올지도 몰라요.

 

뭐, 기술은 언제나 양날의 칼이며 잠재적 위험을 동반하지요. 기술의 장단은 둘째 치고서라도, 이 거짓말 간판 기술이 보편화되는 순간 인간의 언어와 감정표현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계에 큰 변화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을 멈출 수 없는 인간들이니 기술을 속일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할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요? 

 

-엔그램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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