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심리학의 개념 (Concept of Educational Psychology)
많은 인문사회과학이 그러하듯이 교육학도 많은 부분이 심리학과 철학에 기반하여 발전되어왔습니다. 사람의 발전과 학습에 대해 논하는 교육학이다 보니, 사람의 심리와 내면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과정을 알아야 하고, 사람과, 교육, 학습을 바라보는 관점인 철학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교육과 관련된 심리학과 철학을 따로 묶어 가르치는 "교육 심리학", "교육 철학"이라는 과목이나, 학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크나큰 분야를 묶어놓은 결과로, 교육학을 전공하는 많은 사람들이 '교육 심리학'의 개념과 경계에 대해 애매모호한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교육 철학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트로 다루기로 합시다). 보다 정확히 지적하자면 교육심리학이 심리학인 건지 교육학인 건지 영역 구분이 어렵다는 이야기죠. 교육심리학은 학교를 포함하여 기업과 모든 교육영역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한번 그 개념을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 읽었던 교육심리학 교재들이 여러 권 남아 있어서 다시 한번 펴 보게 되었는데, 다행히 한글 개론서도 몇 개 있더군요.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문화적 역사적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기때문에 여기서는 한글 개론서의 관점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중 임규혁 (2006)의 개론서가 교육심리학의 학문적 위치와 개념에 대해 가장 명확히 설명해주었다고 생각해서 요약해 봅니다. 인용이 많고 설명에 목적을 둔 관계로 경어체는 생략하도록 할게요.
교육학과 심리학의 차이, 그리고 교육심리학
아무리 이론과 지식으로 무장한다고 하더라도 교사들이 언제나 교육 현장에서 최적의 교육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은 단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하여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 법칙이나 수학 공식처럼 어떤 이론이나 원리에 의해 명확히 설명될 수 있을 만큼 교수-학습 현상은 단순하거나 쉽지 않다 (임규혁, 2006). '교육학' 은 과학적 방법으로 교육 현상을 설명하려는 체계로서 심리학, 사회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의 이론과 지식을 포함한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학문으로 행동의 심리적 원인과 그 표출 양식의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교육 심리학'이란 교육과 관련된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 이론을 접목한 영역으로, 단순히 교육학과 심리학의 합성어가 아니라 인간 행동의 원인에 대한 기술과 예측, 설명을 넘어 계획적인 변화 (교육)를 의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심리학과 교육학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이성진 (1996; 임규혁 2006에서 재인용)은 네 가지로 요약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심리학은 인간 행동의 보편적 원리와 법칙을 확립, 교육학은 학습자의 특성과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목적을 둔다.
- 심리학은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여 정밀성, 경제성, 일관성을 중요시하나 교육학은 정밀성,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변인에 관심을 둔다.
- 심리학은 일반적으로 가치중립적, 기술적 (descriptive)이지만 교육학은 가치지향적이며 처방적이다.
- 심리학의 이론과 원리는 통제된 실험실 상황에서 확립되지만, 교육학 이론은 예측 불가능한 교실 상황을 전제한다.
교육심리학의 정의와 관심 영역
교육심리학의 정의는 학자마다 다양하지만 임규혁 (2006)은 위와 같은 교육학의 특징과 학자들의 정의를 종합하여 ' 교육심리학은 교육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교육의 과정에 관련된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필요한 이론과 실천적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p. 17)이라고 정의 내렸다.
교육심리학은 20세기 전반부터 학문적으로 기틀이 형성되어 20세기 후반 독립적인 학문으로 성장하여 크게 발전하였는데 그 이론과 연구는 단순히 인간 행동의 이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의 교수활동과 학습자의 학습활동, 행동 발달에 도움을 주고 보다 나은 교육을 만드는데 기여해 왔다.
교육심리학의 주 영역과 관심은 1) 학습자, 2) 학습, 3) 교수 (instruction), 4) 생활지도 및 상담, 5) 평가에 대한 이해로 간략히 정리해 볼 수 있다.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서 이러한 교육심리학의 이론과 내용들을 실천, 적용하며 학교나 교육현장에서 교수자, 동기 촉진자, 관리자, 지도자, 상담가, 역할 모델 등의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Reflection
아무리 공부를 하고 학생을 가르쳐도 이상적인 교육자의 길은 멀고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론과 원리가 있다고 해도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공식에 끼워 맞추듯 항상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고, 변수는 너무나 많으며 예상을 뛰어넘는 복잡한 문제와 상황들이 언제나 다른 해답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임규혁 (2006)은 '교육심리학의 이론을 완전히 습득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명확히 지적하고 있지요.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다루는 학문은 그런 '다이나믹함'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육학은 철학과 함께 사람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하는 진취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며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같은 문제라도 시공간을 초월하여 계속 연구하며 생각할 수밖에 없고, 무한한 해답이 존재하며, 다양한 방법과 생각을 존중하는 학문. 무엇보다도 교육은 '인간'의 잠재력과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긍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사람을 발전시키려는 인내와 따뜻한 시선이 반영된 교육과 교육심리학, 너무나 매력적인 영역이지 않나요?
Reference
임규혁. (2006). 학교학습 효과를 위한 교육심리학: Educational Psychology. 학지사
- 엔그램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