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이 가득한 강연들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 (짐 홀트_Jim Holt)

엔그램박스 2021. 2. 5. 09:12

Why does the universe exist? (Jim Holt)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 (짐 홀트)

 

우리의 존재, 이 세계의 존재의 우연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가요? 글쎄요. 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시점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항상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주로 이런 질문들이었지요.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 세계와 이 우주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무에서 무언가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인가? 신이 만들었나? 그럼 신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내가 믿고 존재하는 이 현실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인가?

 

 

"나"란 존재가 있기에 던지는 질문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존재의 신비에 대한 의문은 당연하다고 했고, 고대의 철학자들부터 현대의 과학자들까지, 호기심이 있고 깊은 생각 좀 한다는 사람들은 이 질문들, "존재"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고통받아 왔지요. 

 

짐 홀트는 "존재"란 우리에게 현실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밝혀내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과학이 하는 일은 그 알 수 없는 존재의 신비를 '균형과 불균형', '질서와 무질서', '규칙과 법칙, 그리고 무작위와 예외'의 사이에 어떤 것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네요.

 

 

그런데 왜, 우리는 그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존재하지? 이 세계는 어떻게 존재하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반드시 풀어야 할 질문일지 모르겠으나... 글쎄요. 솔직히 저에게는 뭐가 됐든 좋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간이라면 OO에 대해 궁금한 것이 당연하다"라는 말은 대단히 오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무언가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이 다 그리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천재적 병신들이 있습니다. 굉장히 똑똑한데 공감능력이 살짝 떨어지는 천재형 띠리리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사는 세상과 경험은 그 누구와도 다른데, 어떻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것을 궁금해해야만 한답니까. 같은 인류 종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보편적인 발달과정을 거치며 비슷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궁금증은 있을 수 있지요. 모두가 반드시 궁금해해야만 하는 것은 없습니다. [여기까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존재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구도에 이르는 길과 같지 않을까

 

각설하고, 이런 철학적 고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많은 경우 답이 없기에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존재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일은 인간의 인식을 초월하는 그 무언가를 잡아내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일입니다. 괜히 철학이라는 학문이 모든 학문의 시작이자 끝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고, 괜히 위대한 철학자가 숭배받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만물에 대한 오랜 관찰과 깊은 사색, 통찰을 전문적으로 하는 그들이 일생을 들여서, 역사의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쥐고 싶었던 해답에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이죠. 

 

많은 철학자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을 했던 이유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 하염없이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리에 닿으려는 행위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저 어딘가 존재하는 객관적인 하나의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계속 깨달아 더해가는 것이 아니라, 버려간다는 점에서 완전히 반대쪽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것 역시 비슷한 과정을 지닌 깨달음의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나 어렵기에, 세상을 떠난 고승들에게나 열반에 이르렀다 말하죠. 삼라만상에 살짝 닿은 것 만으로 팔다리를 잃은 강철의 연금술사 주인공 형제를 생각하면 진리에 닿는 일은 인간의 인식과 이해를 넘어선 일인 것 같습니다.   

 

철학의 기저 질문에 답하는 것은 구도에 이르는 과정과도 같지 않을까. 

  

가치있게 살기 위해 알고 싶은 '현실의 존재'?   

 

참고로 저도 연구자이기에 일종의 (사회) 과학자이고, 보통 사람들보다는 그래도 쬐-끔 더 철학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저런 것 말고도 제가 알고 싶고, 심오한 질문들이 널려 있습니다. 제게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중요하지, 왜 내가 존재하는가, 왜 태어났는가는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나의 탄생은 내 선택이 아니었고, 내가 사는 이 세상과 나의 존재가 실재하든 안 하든 나는 있다고 믿고, 느끼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각자가 필요하고 궁금한 철학을 하며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그래서인지, 짐 홀트가 묻습니다. 우리가 왜 그것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사는 현실, 존재라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현실이라는 것은 목적이 생기게 하고, 그 목적을 향해 걷는 한은 그 현실이 존재하도록 노력하게 되지요. 사람은 살아갈 이유가 필요합니다. 목적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 것이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목적이 부여된 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아직 전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스스로의 존재와, 우주의 존재가 궁금하신가요? 궁금하다면 왜 궁금한가요? 그리고 왜 우리는 그것이 궁금해야 하나요? 왜 존재의 질문이 우리에게 중요한가요? 우주가 존재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저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엔그램박스